| by 비회원 | ||||||||||||
표지에 박힌 이름만으로 기꺼이 돈을 쓰게하는 몇 안되는 만화가 중 하나이다. 웹도 아니고 TV도 아니고 책으로 보는 만화의 맛을 아는 사람. 이 정도면 불법천국의 은밀한 국민인 내게 이 사람의 파워란 굉장한 거다.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와 컷 구성의 절묘한 조화는 내게 어필하는 이 사람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이다. 카메라 앵글 잡는 것 마냥 자유자재로 휙휙 돌렸다 감았다 하는 다양한 구도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인물을 클로즈업 할 때 인물의 눈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눈의 움직임이나 모양, 음영조절로 캐릭터의 순간적인 심리상태나 상황묘사 까지 날카롭게 표현하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한다. 2D에 불연속적인 만화책임에도 3D 애니메이션에서나 느낄 수 있는 연속적 입체감과 영화에서나 다가오는 미세한 긴장과 떨림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단순화하고 극화해서 종이에 그린 눈빛에서 실제 사람이 쏘는 듯한 빛을 느낄 수 있다니, 이거 진짜 교묘한 센스다. 컷과 컷 사이 호흡으로 긴장을 조절한다는 게 말이 쉽지 그걸 못해 다 읽고서도 여엉 밍숭맹숭한 만화나 어지러운 만화가 얼마나 많으냔 말이다. 아 정말 요상방통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센스있고 감각적인 작화 실력에 극화실력까지 최상급이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은, 또 꼬옥 그렇게 내 맘에 쏘옥 들어차는 걸 찾는다는 것이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내가 아무리 이시영을 좋아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바로 그거다. '얘기가 유치해 엉엉.' 연재하는 잡지의 대상연령이 연령인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상상력에 이 정도 감각에 이 정도 대사 칠 정도면 조금만 더 무게 줘봐도 되지않을깝쇼 넨? 최근들어 더 그런 것 같다. '지구에서 영업 중'의 뒤를 이은 '한눈에 반하다'는 '지구~' 막판의 기운이 뻗쳤는지 영 불안불안 하더니 그래도 3편에서는 안정세로 돌입, 4편은 시즌 1끝이라 그런지 어영부영 굳히기의 느낌이 강했다. 거기다 새로 돌입한 시즌 2의 그 어수선함이란...... 긴장의 완급조절이나 이때다 싶을 때 빵빵 터트리는 걸 확실히 하기 때문에 하고싶은 얘기가 뚜렷하고 단순한 단편은 정말 좋지만, 장편에서는 좋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오바스런 가벼움 때문에 좀 흐트러진다. 그의 대표적 장편인 '지구에서 영업 중' 역시 에피소드 형식이기 때문에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하게 평형을 맞추는 것 같더니 후반에는 완전.-_- 하지만 몇몇 단편을 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 선을 꼭 들어맞게 살려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뭐야. 이렇게 잘 하는데 왜 못하는 거야. 아님, 안하는 거야? '돈'이 무지 중요하다는 것, 나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돈의 뒤를 쫓다보면 나아가거나 뒤집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시영이 돈 꽁무니 쫓는데 혈안이 되어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가 저질상업적인 기미를 보이는지 아닌지 가끔 단행본 나오면 한권씩 사보는 나는 알 수가 없다. 왜? 아직까지 그의 만화는 읽을만 하고 돈 쓸만 하게 재밌으니까. 그는 상업적이지만 아직 저질이 아니고, 만화 곳곳에서 충분히 자신이 하고 있는 만화에 대한 애정과 책임을 느낄 수 있다. 뭐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꼭 돈이 아니라도 붓과 펜을 꺾을 이유는 얼마든지 많으니까. 그런 사람이 많으니까. 그러니 어떻게 좀 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창 좋아서 난리칠 때와는 달리 이제 이 사람도 꽤 알려진 만화가가 된 것 같다. 팬층도 넓어진 것 같고. 예전엔 정말 인터넷서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세 개던가? 네 개 나오고 그랬는데. 이젠 리뷰도 많고 이번에 최근작 사려고 보니 평점도 좋다. 팬으로서 기분이 좋은 한편 걱정도 든다. 이런 임팩트와 스타일이 확실한 사람은 패턴 읽히기 시작하면 끝인데... 하는 걱정. 그런 걱정하기 전에 어서 어서 싸게 싸게 다른 뭔가를 보여줬으면 한다. [Feel so Good]의 재연재가 그 조금 다른 시작이라고 믿고싶다.
written by rony '삶의 아드레날린 > 만화 sTress에 대한 반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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